[방콕세설] 동남아 진출 지렛대 국가…왜 태국인가? ②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4/22 15:55

[전창관의 방콕세설] 동남아 진출 지렛대 국가…왜 태국인가?  ②


- 가깝고도 먼나라 태국...포스트 코로나 시대 맞이 신남방 진출 변주곡

‘선택과 집중’ 전략과 ‘쏠림 현상’은 다르다=신남방 정책의 국별 포트폴리오 구축 재점검을 위하여


▲'Global Partnering ASIA 2020 in Thailand'. / 사진출처 : 
코트라 제공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태국의 자동차산업 밸류체인 단지가 일본의 손아귀에 놓여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인 법인장을 둔 일본 무역회사가 현대차의 태국 내 독점 판매권을 쥐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현대차가 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를 해외생산 거점으로 택한 것 역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항간에 인도네시아 측에서 전기차(EV 산업) 부문에 대한 파격적 진출 혜택을 제시한 반면, 태국 정부는 일본 눈치 보느라 그랬는지 제대로 대응하는 제안을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설사 한국 제조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해도 이미 일본 업계에 의해 종속된 태국의 제조업 밸류체인과의 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제성 원리에 비추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다. 21세기 현대사회의 비즈니스 성패는 얼마나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납품조건을 교섭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경쟁력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보면 품질과 수량 그리고 가격에 연동될 것이기에, 기존의 유대관계에만 얽매여 공급선 체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크게 설득력이 없다.

어쨌거나 '달마가 동쪽으로 간데는 늘 이런저런 이유가 있기 마련'일테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신남방 정책의 전개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라는 2개국 몰이로 갈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제조 및 수출업체들이 중국 한 곳으로 몰려 내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탈중국 엑소더스가 벌어진 작금의 현실도 반면교사 삼아야지 싶다.  

인도네시아는 정상외교와 현대차를 내세워 뚫었고,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 진출을 중심으로 공고히 했다. 그렇다면 태국은 CLMV국가에 대한 물류·유통 허브 권역지 국가로 삼음과 동시에 전기·전자와 자동차 산업의 밸류체인 파트너링쉽을 활용한 글로벌 밸류 체인 지렛대 국가로 활용하면 어떨지 말이다.

싱가포르는 신남방 금융정책 운영처로 삼고, 말레이시아는 상업적 구매력이 가미된 이슬람 시장으로 운영하는 한편, 필리핀은 오랜 국교관계를 활용한 포괄적 관계정립 강화 등으로 전체 동남아를 견인하는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내는 등 신남방 아세안 진출에 대한 국별 통상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식품제조, 농수산 가공기술 단지, 자동차 생산, 바이오 경제단지 등이 산재한 태국의 EEC 개발 지역도. / 사진출처 : EEC 사무국

대외경제의 실효성 있는 진출기반 운영이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다. 대기업뿐만 어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사업거리까지 창출해 내는 실제적이고도 전술적인 신남방 진출 발판 교두보를 타당성 있는 지역에 제대로 마련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낙수효과(落水效果/Trickle-down economics) 역시 획득되어 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과는 대별되는 태국의 존재감과 객관적 가치에 대한 인식 필요

이제 어느 정도 기저에 맞닥트려진 것 같은 코로나사태의 복판에서 신남방정책의 국별 전략 포트폴리오를 다시금 점검해 다져 나가기 시작하면 얻어질 반사효과(Reflection Effect)도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무엇보다도 태국은 동부경제회랑(EEC)을 중심으로 메콩강 경제권(GMS-Greater Mekong Subregion)을 가로지르는 총 9개의 경제회랑 중 태국 영토를 관통하는 7개 경제회랑의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를 통해 태국은 국경무역과 주변국 관광 활성화는 물론, 역내 경제를 통합한 시너지 효과를 공략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역내 물류 허브국가로서의 주도권을 강화해 나간다는 구상을 현실화 시켜 나가고 있다.

지역과 국가를 잇는 교통인프라 구축 차원을 넘어 무역 촉진을 위한 물류망을 동부경제회랑(EEC)를 통해 구축함과 동시에, 태국 4.0을 중심으로 산업활동을 위한 민간투자 유치 확충을 통해 규모의 경제 인프라를 갖춘 산업도시도 건설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전체 수출의 약 40% 정도가 미국과 유럽을 향한 것이지만, 태국은 30% 가량이 동남아시아 역내 물동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태국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메콩강 유역 주변의 경제 후발국인 CLMV국가와의 무역에서 2019년에 139억 달러(약 15조 7,07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 태국의 물류허브 인프라 역할을 중심으로 CLMV국가들을 효율적으로 중국대륙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각 지역별 경제회랑. / 사진출처 : GMS Economic Map

태국 전체의 무역 흑자가 90억 달러(약 10조 1,700억 원)였으니, 대 CLMV 교역의 중요성을 빼놓고는 태국의 무역수지에 대해 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내수경기 측면조차도, 평상시 태국의 주요 백화점 고객의 40% 가량이 외국인인 상황에서, 그 중 30%는 고액을 구매하는 CLMV 국가의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이다. 주요 상거래 거점에 설치되어 있는 태국 은행들의 현급지급기는 미얀마어와 라오스어 등이 디스플레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태국은 전세계 외환보유액 순위 12위권을 넘나들고 있다. 2021년 1월 기준, 약 2,450억 달러(약 278조 원)의 외환을 보유한 나라다. 이에 따른 태국의 각종 대외 투자 역시 주변국 CLMV국가들로 향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태국의 아세안 국가 내 경쟁국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태국의 주요 대외투자국이 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신남방 정책의 대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정책'과는 차별화된 '대 태국 정책'이 절실하다. 아세안내 최대 제조업단지 국가이면서 CLMV 국가로 향하는 항공·해상 물류 허브국인 태국에 대한 한국기업의 투자 진출은 곧 우리나라의 CLMV 국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이자 지렛대 역할로 이어지게 될것이다.

‘먼 듯 가까운 나라 태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먹거리를 찾아내는 작업이 그저 일시적 무역거래량 늘리기 위한 완제품 수출 사업거리로 여겨지기 보다는 입체적이고 탄탄한 매트릭스 구조를 갖춘 구조적이며 실천적 작업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 방콕 짜오프라야 강변에 들어선 고급백화점 아이콘 사얌의 모습. 방콕의 주요백화점에서 외국인이 구매하는 금액의 30% 가량을 CLMV 국가민들이 점유하고 있다. / 사진출처 : 아이콘 사얌 제공